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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요정의 역사,한 시대의 영광과 쇠락

역사는 때로 예상치 못한 길을 걷는다.

대한민국의 요정 문화도 그러했다. 오늘날 사라져 가는 이 문화의 뿌리를 찾아가다 보면, 한말이라는 시간 속에서 만나게 된다.

탄생의 순간

1908년, 국가 소속의 공인 예술가인 관기 제도가 폐지되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기록에 따르면 이것이 한국식 요정 문화의 시작이었다.

궁중 기녀들은 가무영업 허가를 받고 유흥음식점을 만들기 시작했고,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게이샤 문화의 요정을 본떠 술과 요리를 즐기며 기생들의 가무를 감상할 수 있는 한국식 요정이 탄생했다.

이것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었다. 

전통과 근대의 만남이자, 예술과 유흥이 어우러진 고급문화 공간이었다.

광복 전 해운대의 영광

1945년 광복 전 서울의 밤은 화려했다. 

명월관을 비롯해 국일관, 송죽관 등의 요정들이 서울의 밤을 밝혔다.

정치인, 기업인, 상인 등이 주로 출입했으니, 이곳은 단순한 유흥시설이 아니라 권력과 자본이 만나는 장소였다.

권번 출신의 기생들은 한복을 곱게 입고 창, 잡가, 노랫가락을 가야금 병창으로 부르거나 검무, 남무, 북춤 등으로 주흥을 돋웠다. 예술성이 있는 전통문화의 향연이었던 셈이다.

광복 이후의 변화

하지만 광복 이후 권번 출신 기생들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요정의 풍속도는 달라졌다.

이제 요정에는 단순히 술을 따르며 말벗이 되어주는 화초기생들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예술성은 점차 희미해졌고, 상업성이 앞서기 시작했다.

권력의 은폐된 만남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요정은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된다.

정권 실세와 고위 관료가 은밀히 만나는 접견 장소로 발전한 것이다.

칸막이 방으로 이루어진 요정의 구조상 밀실 접대의 온상이 되었고, 이곳에서 인사 청탁과 돈거래, 나아가 성 접대까지 성행했다.

요정은 더 이상 순수한 문화 공간이 아니었다. 권력의 어두운 면이 드리워지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대표 요정들의 운명

서울의 대표 요정들도 이제는 모두 자취를 감췄다.

그들의 역사는 한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했지만, 시간 속에서 사라져 갔다.

북한산 자락의 '선운각'은 1967년 문을 연 고급 요정이었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후처로 알려진 인물이 운영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 연회를 가진 곳이었다.

외국 원수와의 만찬 장소로도 사용되던 이곳은 박 전 대통령 시해 이후 전통 한정식집으로 변모했다가 2000년 경영악화로 결국 문을 닫았다.

현재는 한 종교단체가 기도원과 청소년 선교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성북동의 '삼청각'은 권력 실세만 드나들던 또 다른 전설 같은 요정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 때 방문단의 만찬장으로 만들었던 이곳은, 1980년대까지 정치인 등 유력 인사들이 밀담을 나누는 요정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강남 룸살롱 문화가 확산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이제는 서울시의 문화시설 지정을 받아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종로구 익선동의 '오진암'은 1953년 문을 열었다.

'장군의 아들' 김두한의 단골집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이곳은 1970~80년대 정·관계의 최고 실력자들이 자주 모습을 비추던 장소였다.

지금은 부암동으로 자리를 옮겨 전통문화공간이 되었다.

그 후의 이야기

현재 과거와 같은 요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매매 단속을 피해 다수가 음지로 물러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아 있는 요정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여자 도우미가 있는 고급 한정식집 정도가 되어버렸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문화는 결국 역사가 되었다.

선운각, 삼청각, 오진암…. 이름만 남은 요정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담고 있다.

(부산의 경우 동래별장,정난각)

그곳에서 나누어졌던 은밀한 거래, 웃음, 음주, 그리고 권력의 소용돌이. 모든 것이 시간 속에 묻혀갔고, 우리가 남긴 것은 기억과 기록뿐이다.

요정의 역사는 결국 우리 시대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거울이 아닐까. 영광도 있었고, 어두움도 있었던 그 공간들. 이제 그것들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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