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밤, 그리고 한 여자의 선택

해운대의 밤, 그리고 한 여자의 선택

부산 해운대의 밤은 화려했다. 네온사인이 거리를 밝히고, 웃음소리가 골목을 채웠다.

하지만 그 빛 뒤편에는 누군가의 눈물이 있었다.

서른두 살 지은은 매일 밤 8시면 가게 문을 열었다.

손님들에게 미소 짓고, 술잔을 채우고, 때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녀의 진짜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여기서 그녀는 그냥 '민지'였다.

고향 집에는 여든 살 어머니가 계셨다. 

파킨슨병으로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어려웠다.

동생은 대학 4학년, 취업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아버지는 지은이 스물다섯 살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언니가 책임질게." 그때 그녀가 한 말이었다.

처음에는 식당에서 일했다.

그다음은 공장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병원비와 동생의 학비, 월세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식당에서 일하던 언니가 말했다.

"해운대에 가면 돈은 벌 수 있어. 힘들긴 하지만."

지은은 망설였다. 하지만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어머니의 약값 고지서를 보고, 동생의 등록금 납부 문자를 받았을 때, 그녀는 결정했다.

3년이 흘렀다.

동생은 이제 대기업에 취직했고, 어머니는 좋은 요양 시설에서 안정적인 치료를 받고 계셨다.

지은은 낮에는 잠을 자고, 저녁이면 화장을 했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낯설었지만, 어머니의 안정된 모습, 동생의 밝은 웃음을 떠올리면 버틸 수 있었다.

어느 날 밤, 한 손님이 물었다. "왜 이 일을 하세요?"

지은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작게 웃으며 답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그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저는 괜찮아요."

그 손님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만 나갈 때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강한 사람입니다."

지은은 그날 밤, 혼자 남은 가게에서 처음으로 울었다. 강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였다.

하지만 그 선택으로 지켜낸 것들이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해운대의 밤은 여전히 화려했다. 그 빛 아래, 누군가는 오늘도 자신만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삶을 쉽게 판단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이유와 사연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지켜지는 것들이 있다는걸,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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