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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의 꿈 -네번째 이야기: 빗속에서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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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룡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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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의 꿈 - 4부: 빗속에서 설계하다."


오늘 해운대에는 비가 내린다.


여름 성수기의 함성도, 가을 달맞이 길의 낭만도 아닌 — 그냥 조용히, 그러나 쉬지 않고 내리는 비다. 빗줄기는 백사장 위에 수천 개의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가 곧 사라진다. 파도가 밀려와 그 흔적마저 지우기 전에, 또 새로운 빗방울이 내려앉는다. 쉼 없이, 반복적으로.

나는 오늘 그 비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비 오는 날의 해운대는 다르다.


사람이 없다. 소란이 없다. 포장마차의 불빛도, 사진을 찍으려는 연인들의 웃음소리도 없다. 오직 빗소리와 파도 소리만이 서로 대화를 나눈다. 처음엔 그 고요함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오래 앉아 있다 보니 깨달았다. 이 고요함이야말로 가장 솔직한 해운대의 얼굴이라는 것을.


사람은 보여지는 것에 익숙해지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을 잃는다.

화려한 계절에 해운대를 찾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비 오는 날, 텅 빈 백사장 앞에 혼자 앉아 파도 소리를 듣는 사람은 드물다. 어쩌면 삶의 진짜 공부는 그 드문 시간 안에 있는지도 모른다.


비를 맞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내 삶을 설계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떠내려가고 있는가.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과 파도를 읽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둘 다 바다 위에 있지만, 하나는 방향이 없고 하나는 방향이 있다. 나는 오랫동안 전자를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지쳤다는 이유로, 지금 당장 눈앞의 파도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해왔다.


그런데 비 오는 날의 빈 해변은 그 설득을 조용히 반박한다.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수많은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가. 저마다의 실내에서 저마다의 설계를 하고 있다.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다음 선택을 고민하고, 오늘의 멈춤을 내일의 도약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비 오는 날은 바다에 나오지 않는 날이 아니라, 내면의 바다를 항해하는 날이다.


설계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다.


거대한 계획, 10년 후의 청사진, 완벽한 목표 같은 것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설계는 그런 것이 아니다. 오늘 내가 어떤 선택을 하면 내일의 나에게 조금 더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가 — 그것이 설계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빗속의 해운대를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바다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파도는 항상 밀려온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위치는 달라질 수 있다. 백사장 끝에 서 있는 것과 방파제 위에 서 있는 것은 같은 바다를 보면서도 전혀 다른 시야를 준다. 삶도 그렇다. 어디에 서서 바라보느냐가, 무엇을 보느냐를 결정한다.


더 높은 곳에 서고 싶다면, 그 자리까지 걸어가야 한다. 아무도 대신 걸어주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한 가지만 묻고 싶다.


당신의 하루는 누가 설계하고 있는가.


타인의 기대가 설계하고 있진 않은가. 어제의 관성이 오늘을 대신 살고 있진 않은가. 두려움이 선택을 대신하고 있진 않은가.


비 오는 날의 해운대처럼, 가끔은 화려함을 걷어내고 자신의 민낯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소란이 없어야 비로소 들리는 소리가 있다. 군중이 사라져야 비로소 보이는 길이 있다. 그 길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앉아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다.

빗줄기가 조금 약해졌다.


파도는 여전히 밀려온다. 아까와 다른 파도, 그러나 여전히 같은 바다. 이 바다는 내일도 여기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이 빗속 풍경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만이 볼 수 있다.


삶의 어떤 장면들은 그렇게 존재한다. 특정한 시간, 특정한 날씨, 특정한 마음 상태로만 열리는 문이 있다. 그 문 앞에 섰을 때 들어갈 것인지 말 것인지 — 그것이 설계의 진짜 시험대다.


나는 오늘 그 문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비를 맞으면서,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내 삶의 다음 챕터를 조용히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비 오는 해운대에서, 설계를 시작하며.

"고요함이 찾아왔을 때 듣는 자에게만, 다음 파도가 어디서 오는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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