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해운대에서 다시 읽는 인간관계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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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룡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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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해운대에서 다시 읽는 인간관계의 온도
차가운 바닷바람 속에서 찾은 따뜻한 진리
오늘 아침 해운대 백사장을 걸었다. 영하권을 오가는 날씨 탓에 평소보다 한산한 해변이었다.
체감온도 5도의 칼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겨울 바다만이 가진 고요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회색빛 하늘 아래 잔잔히 일렁이는 파도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인간관계도 이 겨울바다 같지 않을까. 때로는 차갑고 거칠지만, 그 안에는 분명 따뜻함이 숨어있다고.
카페에 들어와 차가운 손을 녹이며 가방에서 꺼낸 책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었다. 대학 시절 한 번 읽었던 책이지만, 나는 지금도 한 번씩 다시 펼쳐본다.
20대에서 50대, 갑자기 넓어진 세상에서 나는 관계 맺기에 서툴렀다.
너무나 바쁘게 살았었다. 쉼 없이...
중고등학교 때는 매일 같은 교실에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친구는 '노력해야만 생기는 것'이 되어버렸다.
바다가 가르쳐 준 것
해운대 겨울바다를 보면 알 수 있다.
여름철 북적이던 해변이 겨울이 되면 한적해진다.
사람들은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편안하고 따뜻한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끌리게 되어있다.
카네기가 강조했던 핵심도 결국 이것이 아니었을까. 상대방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
창밖으로 보이는 겨울 해변에는 몇몇 산책객들이 보인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진정한 관계는 날씨나 환경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내가 발견한 세 가지 온도
카네기의 책을 다시 읽으며, 나는 인간관계에도 온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온도를 조절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이었다.
첫 번째, 경청의 온도
요즘 살다 보면 참으로 많이 느낀 점이 있다.
내가 말을 많이 할 때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때 더 깊은 유대감이 형성된다는 것.
카네기는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격려하라"라고 했다.
처음에는 이게 단순한 기술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실천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진정으로 상대에게 관심을 가질 때, 듣는다는 행위 자체가 상대방에게 전하는 따뜻한 선물이 된다.
지난주 자리에서 아는 지인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평
소 같았으면 내 경험담을 먼저 꺼냈을 텐데, 그날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라고 물으며 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모임이 끝나고 그 친구가 말했다. "오늘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어." 그제야 알았다. 경청은 기술이 아니라 온기였다.
두 번째, 인정의 온도
해운대 한 번씩 해운대 달맞이 길, 블루라인파크, 미포 끝 집, 또 엘시티 앞 방파제와 바닷가를 걷다 보면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새벽 운동하는 사람들,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 사진을 찍는 사람들. 각자의 방식으로 이 공간을 즐기고 있다.
누구의 방식이 옳고 그른지 따질 필요가 없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카네기가 말한 "결코 '당신이 틀렸다'라고 말하지 말라"는 원칙은 단순히 말 조심하라는 게 아니다.
상대방의 관점 자체를 존중하라는 의미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의견 차이로 충돌할 때가 있다.
예전 같았으면 "아니, 그게 아니고..." 하면서 바로 반박했을 것이다.
이제는 다르게 접근한다.
"그 방법도 좋네요. 저는 이런 방식도 효과적이었는데, 한번 같이 시도해 볼까요?"
말 한마디 바꿨을 뿐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서로를 인정하면 대립이 아닌 협력이 된다.
세 번째, 솔직함의 온도
겨울바다는 거짓이 없다.
춥다. 바람이 분다. 파도가 친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런데 그 솔직함 속에 아름다움이 있다.
가장 어려운 건 내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얼마 전 카페 어떤 문제에 대하여 물음에 대한 답변을 해달다는 문의를 받은 적이 있다.
너무나 어처구니없어 그냥 말을 닫아 버렸었다.
카네기의 조언대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물으려 하여서 그냥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얘기를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었다.
그렇게 하니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지 않았다.
솔직함은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내 뜻이 전달이 되어 이제는 고민에 빠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해운대 카페에서의 다짐
창밖으로 해가 지기 시작한다.
겨울 해변의 일몰은 여름과는 또 다른 감동이 있다. 쓸쓸하지만 깊이가 있다.
인간관계도 그렇게 익어가는 것 같다.
오늘 이 카페에서 나는 몇 가지를 다짐한다.
더 이상 인간관계를 계산하며 접근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저 사람이 날 좋아할까?"가 아니라 "이 사람에게 내가 진심으로 관심이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겠다.
카네기의 원칙들은 사람을 조종하는 기술이 아니라, 진정한 관심과 존중을 실천하는 방법이었다.
평소 에너지를 아낀답시고 무표정하게 지냈던 습관도 버리기로 했다.
어렵겠지만 노력은 해야겠지.
먼저 미소 짓기. 간단하지만 강력한 온기다.
동료들에게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하려고 노력 중이다.
"안녕하세요" 한마디에 미소를 더하다 보면, 분위기가 달라지는 게 느껴질 것이니까.
겨울바다가 남긴 것
해운대 겨울바다는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차갑지만 아름답다. 거칠지만 정직하다.
외롭지만 고요하다. 인간관계도 때로는 그렇다. 힘들고 복잡하지만, 그 속에는 분명 의미가 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단순한 처세술 책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을 향한 진심 어린 관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
원칙들을 외우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하나의 태도를 기억하면 된다.
상대방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
나는 산책을 하며 다시 한번 겨울바다를 바라본다.
차갑지만 사람의 온기가 파도에 전해지는 듯...
추운 날씨지만 산책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인간관계도 그렇게 빛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때로는 춥고 어둡더라도, 서로에게 작은 불빛이 되어주면서.
오늘, 해운대의 겨울바람은 여전히 차갑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따뜻한 다짐들이 자리 잡았다.
내일은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보리라. 먼저 미소 짓고, 진심으로 듣고, 솔직하게 인정하며.
그것이 이 겨울, 해운대 바다가 내게 남긴 인간관계의 온도다.
2026년 2월 3일, 부산 해운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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