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류계 주당으로 통하는 나가요 걸. 그녀들의 주량은 과히 일반인들의 기본은 족히 넘어선다. 하지만 화류계 주당들도 손님들이 주는 술잔을 쉴새없이 다 마셔버린다면 그녀들의 가냘픈 몸은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이에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그녀들이 아니다. 매일 밤 반복되는 술 레이스에 나가요 걸들은 그녀들만의 건강 지키기 비법이 따로 있다. 손님이 주는 술 다 마시면서 취하지 않고 흐트러진 모습을 모이지 않는 그녀들만의 비법을 공개한다.
받아 마신 폭탄주 과연 목구멍으로 넘겼을까?
‘술을 잘 마신다’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마시기에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일까? 화류계 주당으로 통하는 한량들은 기본 폭탄주 20잔은 끄떡없이 마신다고 한다. 속칭 ‘폭말이’이라 불리는 폭탄주(bomb shot)는 러시아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통 맥주잔에 맥주와 양주를 섞어 마시는 것을 말한다.
이같은 폭탄주는 일반 남성들의 경우도 대게 3~4잔 정도만 마셔도 취기가 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정도에 쓰러지지 않고, 술을 마셨는지 버렸는지 알 수 없는 진정한 ‘음주 타짜’로 불리는 이들, 바로 화류계의 꽃 ‘나가요 걸’들이다.
룸살롱과 같이 폭탄주 문화가 대중화된 곳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폭탄주 마시기를 피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지사다. 더군다나 술잔을 받고 머뭇거리기라도 하면 바로 이어지는 ‘벌칙주’는 폭탄주의 몇 배로 독하고 무서운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폭탄주 문화는 밤문화 사람들에게 전혀 고통의 시간이 아니다. 룸살롱 등 밤문화를 즐기는 이라면 당연한 필수품목이다. 다만 그곳에서 하루 밤에도 수많은 룸 손님들을 접대하는 나가요 걸들에겐 예외다. 함께 술 마시고 즐기면서도 취하지 않은 모습으로 손님을 접대해야하는 아가씨들에겐 곤욕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모순이 발견된다. 누구나 마시면 취하는 술. 이 술을 쉴새없이 마시면서도 절대 취하지 않는 독한(?) 그녀들. 함께 한 남성들은 거의 초주검이 돼 업소를 비틀비틀 빠져나갈 때 쌩쌩한 얼굴로 다음 테이블을 맞이하는 그녀들의 주량. 그녀들이 다름 아닌 음주계의 ‘타짜’들이다.
도박판에서 몰래 패를 속이는 선수를 일컫는 ‘타짜’가 유흥업소에서도 존재한다. 도박판의 패를 속인다면 유흥업소에서 술 마시는 것을 속이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나가요 걸. 그들만이 갖고 있는 비법이 있으니 바로 ‘술 버리기 신공’이다.
룸살롱 안에는 술 버리기 신공을 가능하게 하는 소품들이 많다. 너무나 흔하다 보니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녀들이 공개하는 소품은 물수건 쓰레기통 재떨이 음료수캔 얼음통 소파 등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하지만 각광 받는 소품은 물수건이다. 업소 아가씨들은 물수건을 일반적으로 애용한다. 이용 방법은 건네받은 술잔을 마신 후, 바짝 말린 물수건으로 입을 닦는 시늉을 하며 물수건에 마신 술을 뱉어 내는 방식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쓰레기통은 가장 신공부리기 편한 방법 중 하나로 술잔을 건네받은 후 건배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후 은근 슬쩍 재미있는 이야기 등으로 화제를 돌려 다른 이들이 한 눈 파는 사이 쥐도 새도 모르게 쓰레기통에 술을 부어버리는 식으로 이용된다.
또 재떨이는 위험부담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베테랑 일수록 의외로 가장 손쉽게 일처리를 할 수 있다. 음료수 캔의 경우 마신 술을 내뱉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자신이 버린 술을 다시 마시게 되는 해프닝이 생길 수도 있다.
룸살롱과 같은 업소 측에선 이를 위해 세심함 배려(?) 차원에서 술의 색을 덮을 수 있는 우롱차나 콜라, 녹차와 같은 음료수들을 준비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외에도 술을 버리는 노하우는 무궁무진하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켜 얼음 통에 슬쩍 부어버리는 방법을 비롯해 건네받은 술잔을 소파에 살짝 버리는 방법도 있다. 룸 안의 손님들은 유흥을 즐기며 가무에 빠져 흥에 겨워있다. 또 대다수의 사람들이 취기가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술잔을 마시는 척하면서 소파 등에 버려도 잘 의식하지 못한다.
이렇듯 수없이 많은 방법의 술 버리기 신공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 한 테이블에 딱 한번 멋지고 웃기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는 약간의 철판을 깔아야 하는 수법이다. 술잔을 건네받고 마시는 척하다가 갑자기 기침이 나는 것을 연기한 후, 허공을 향해 술을 뿜어내는 방법이다. 조금 웃긴 수법이지만, 활용도가 높을 때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을 통해 건네받은 술을 버리는 나가요 걸들이 많다. 하지만 이를 두고 ‘치사하다’ ‘술값이 아깝다’ 등의 따가운 시선을 보낼 수만은 없다. 보통 하룻밤에 적게는 두 번에서 많게는 대 여섯 번이나 되는 룸 접대를 하는 아가씨들로 써는 직업정신 일 수밖에 없다.
룸살롱 접대가 주업인 나가요 걸들은 취기 도는 몸을 이끌고 또 다른 손님을 위해 술잔을 들어야 한다. 웃음을 파는 직업인만큼 술에 취했다고, 힘들다고 어두운 표정을 내비칠 수도 없는 노릇.
룸살롱의 ‘꽃’ 다운 모습을 갖추고 손님을 맞이하는 그녀들의 진정한 프로 정신이 아닐 수 없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매일 밤 쉬지 않고 술을 마셔야 하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아가씨들의 몸은 남아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손님 몰래 술을 버리는 것은 개개인의 능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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